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으로 달걀값이 오르자 정부가 수입 달걀 무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20일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축산물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달걀에 대해서는 5만t까지 무관세 수입이 가능하도록 ‘긴급할당관세’를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본관세율 8∼30%가 적용되는 수입 달걀의 관세를 물가안정을 위해 6월까지 면제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달걀 생산자와 유통단체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양계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AI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살처분한 가금류가 무려 1883만마리에 달한다”며 “수차례에 걸쳐 제한적 살처분대책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무시한 채 달걀 공급가격이 오르자마자 무관세로 수입하는 것은 방역실패의 책임을 농가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와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금류에 대한 무리한 예방적 살처분정책으로 정부가 수급문제를 야기해놓고 달걀값이 상승하자 수입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가금농가와 유통인을 두번 죽이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살처분 대가로 턱없이 부족한 보상을 하면서 물가안정을 빌미로 저가의 달걀 수입을 강행하는 데 대한 농가와 유통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7년에도 AI 확산으로 달걀값이 급등하자 가격안정대책으로 수입 달걀과 가공품에 무관세를 적용한 바 있다. 이에 신선란 등 8개 품목 9만8000t이 미국·스페인 등으로부터 공수됐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산란계 입식이 급증하기 시작해 이듬해인 2018년에는 달걀값이 폭락, 산란계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의 수급 상황이 호전되면서 막대한 국고를 들여 수입한 달걀이 폐기 처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공급량이 달리는 상황에서 당장 달걀가격을 안정시키려면 부족한 물량을 수입으로 채우는 게 손쉬운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회복하지 못할 피해를 준다면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즉흥적인 정책에만 의존하다보면 ‘땜질 처방’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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